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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저도 20년 전 성폭행 당했습니다"

한 여성 독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LA한인타운의 한인 치과 전문의 배모(76)씨가 여직원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기사〈본지 1월 25일자 A-1면〉를 보도한 날이다.     “저도 성폭행 당한 당사자입니다.”   이메일에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여성은 50대다.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2003년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회상은 가슴 깊은 곳의 상처를 후빈다. 그녀는 쓰라린 탓인지 계속 울먹였다.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때는 미혼이었다. 너무나 무서웠다고 했다. 공포와 수치심이 모든 것을 짓눌렀다고 했다. 폭행의 흔적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것도, 홀로 병원이나 경찰서에 가는 일도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이유다.     물론 이 여성의 주장이다. 증언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20여년의 세월이 지나버렸다.   법적으로 보면 공소시효는 끝났다.   가주의 경우 소송 제기는 피해자가 18세 이상(생일 기준)일 경우 사건 발생일로부터 10년 이내 또는 성폭행에 의한 부상 등을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이내만 가능하다. 피해자가 미성년자(18세 이하)일 경우에는 공소시효 기준이 조금 다르다. 40세가 되기 전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은 성범죄를 크게 ‘sexual harassment(성희롱)’ ‘sexual assault(성폭행)’ ‘sexual battery(성적 구타)’로 구분한다.   성희롱은 설령 농담 또는 단순 행위라 해도 의도성 여부를 떠나 피해자가 성적으로 불쾌함을 느꼈다면 소송 사유가 된다. 성폭행은 합의되지 않은 모든 성적 행위 또는 성적 위협 등으로 정의하는 반면, 성적 구타는 실제 물리적 또는 물리적 위협을 수반한 특정 유형의 폭력을 의미한다. 법은 세 가지 모두를 심각한 범죄로 간주한다.   이번에 피소된 치과 전문의 배모씨의 소장을 살펴보면 원고 측 역시 성폭행, 성적 구타 등의 위법 사항을 모두 명시했다.   피해자들은 대개 보복을 우려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분 문제를 빌미로 이민국 신고 등을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범죄 피해를 당해도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다.   이에 법조계 관계자들은 ▶노동법의 경우 서류 미비자라 해도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이민법의 경우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특정 범죄 피해자 등 조건을 충족하면 U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범죄 피해자가 되면 두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와 주고받은 이메일, 문자 메시지, 상처 사진, 병원 기록, 경찰 리포트 등 증거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법은 가까이에 있다. 침묵은 아픔을 더 곪게 할 뿐이다. 장열 기자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성폭행 체류신분 성범죄 피해자 성적 위협 성적 구타

2024-01-26

[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삼성의 브레인 조직, 법원서 고개 떨군 이유

삼성 내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였다는 실리콘밸리의 삼성리서치아메리카(이하 SRA)가 최근 법원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지난 2021년 11월 당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SRA 방문을 앞두고 발생한 사건 때문이다.   “부회장이 있을 동안 피부색이 ‘까만(dark skin)’ 직원들은 행사장에서 나가 차에 앉아 있어라.”   소장에 따르면 SRA 임원급 인사의 이 한마디는 소송의 빌미가 됐다. 〈본지 9월 29일자 A-1면〉   SRA의 변호인단(자넬 사호리아·카일라 루시아)은 즉각 이번 소송을 중재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들이 판사에게 근거로 내민 건 원고(앤드루 모)의 고용 계약서 내용에 포함된 의무 중재 조항이었다.   에빗 페니패커 판사는 이 요청을 기각해버렸다. 기각 사유를 들여다보면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의 의무 중재 조항은 소송을 덮는 만능 키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판사는 의무 중재 조항 이면의 불공정성을 꼬집었다.   쉽게 말해 SRA는 실제 피해 또는 손해를 입증하지 않고도 회사의 기밀 유지 계약을 위반한 원고에게 ‘예비적 금지명령(injunctive relief)’을 신청할 수 있지만, 반대로 원고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판사는 원고인 앤드류 모의 경우 SRA를 상대로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사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중재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를 공정하지 않다고 해석한 셈이다.   게다가 원고 측 변호인은 채용 과정에서 모가 SRA에 고용 계약서에 포함된 중재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를 요청했었다는 사실도 판사에게 전달했다.     판사는 이러한 배경을 두고 SRA의 요청이 ‘비양심적이고 일방적(unconscionable one-sided)’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가주법은 연방법과 달리 고용주가 고용을 전제로 중재 동의서에 직원 서명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가주법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고용주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이번 판례는 중재 동의서 내용도 무효가 될 수 있고 고용인이 법적 분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준다.   이번 판례는 한인 사회 내 고용주와 고용인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먼저 고용인에게는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양측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점 ▶고용인의 사법 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려는 조항은 집행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음 ▶채용 전 중재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반면 고용주에게는 ▶고용 계약을 면밀히 검토해서 중재 조항이 공정하고 집행 가능한지 재검토 및 확인 필요 ▶계약의 투명성을 위해 모든 조건을 직원에게 명확하게 설명 ▶법원이 중재 조항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삼성 최고의 브레인 조직은 그 부분을 간과했다가 법원에서 고개를 떨군 셈이다.   장열 기자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삼성 브레인 중재 조항 고용인 사이 고용인 모두

2023-09-29

[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잇단 골프장 절도 피해…뜨거운 책임공방

최근 한인들이 자주 찾는 유명 골프장에서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피해와 관련한 책임 소재 역시 쟁점이 되고 있다.   즉, 분실, 도난 사건 발생 시 골프장의 관리 책임과 피해자의 책임 소홀이 맞서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라하브라 지역 웨스트릿지 골프장에서 라운드 도중 수천 달러의 현금을 도난 당한 이모씨는 “골프장 측에 피해 사실을 말했더니 책임이 전혀 없는 것처럼 너무 성의 없게 대응해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골프장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에 대해 관리 업체 측에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변호사들도 견해가 다르다.   이원기 변호사(이원기법률사무소)는 “일반적으로 보면 골프장은 ‘공공’ 장소가 아닌 ‘전용’ 장소이므로 안전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과실도 금전적 부분과 상해 등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피해 발생 시 ‘구내 책임(premises liability)’에 대한 골프장의 과실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내 책임은 홈리스로부터 피습당한 대한항공 여승무원이 최근 대형 소매 업체 타깃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다투고 있는 부분이다.     〈본지 3월 31일자 A-1면〉   가주에서는 부동산 또는 건물 소유주에게 ‘구내 책임’ 법률에 따라 관리의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김기준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는 현금 피해 액수가 거액일 경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선 피해가 발생하면 관리 책임에 대한 골프장 측의 규정 등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고 이전에도 절도 사건이 계속 발생했는지를 통해 안전 관리에 책임을 다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각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골프장 측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더욱이 피해 액수가 크지 않거나 신체적으로 심각한 상해를 입지 않았다면 법적 비용을 고려했을 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박윤숙 프로(스탠턴 골프대학)는 “그동안 오랜 시간 골프업계에서 종사해왔는데 골프장 측에서 책임을 진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대부분 피해를 본 한인들은 액수가 클 경우 자신의 집 보험 등을 통해 재산 피해 청구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골프장의 관리권 범위, 주의 의무 등을 종합하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이미수 변호사는 “사건 발생 장소와 시기, 안전 수칙, 분실 책임 규정 등 골프장마다 다양한 ‘팩트’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중요한 건 골프장 측도 절도 사건 등이 계속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서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일주일 만에 두 번의 절도 사건이 발생했던 오렌지카운티 지역 로스코요테스 컨트리클럽은 현재 골프장 입구의 검문을 강화했다.   이 골프장의 한 회원은 “그동안 입구에서 대충 경비원에게 얼굴만 보여주고 들어갔는데 절도 사건 이후 바뀌었다”며 “이제는 입구에서 차량 차단기를 내려놓고 얼굴을 확인한 후 들여보낸다”고 말했다.   한편, 변호사들은 ▶이용객의 경우 골프장 측의 보관, 관리, 안전 규정 등을 숙지할 것 ▶부득이한 경우 고가품, 귀중품 등은 골프장 관리 규정에 따라 보관을 의뢰할 것 ▶골프장 측은 클럽하우스, 로비, 라운드 관련 안전 수칙 및 관리 규정 등을 명시하고 이용객에게 정확히 전달할 것 ▶보안 카메라 설치, 보안 요원 증원 등을 통해 안전 관리 강화 등을 한다면 양측이 법적으로 다투는 일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골프 책임공방 구내 책임 절도 사건 책임 소재

2023-04-07

[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안전장치 없이 칼 진열해 중상 초래"

홈리스로부터 피습당한 대한항공 여승무원이 대형 소매 업체 ‘타깃(Target)’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범행에 사용됐던 칼이 손해배상 여부를 다투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가해자인 홈리스가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는 타깃 매장 내 칼 판매 진열대에 배치돼 있던 ‘정육용 칼’이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과실(negligence)’ 혐의를 지적하면서 “타깃 측은 개방되고 접근 가능한 곳에 칼을 진열해 가해자가 칼을 집어 들 수 있게 했다”며 “이는 사람들에게 부상 또는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조건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이라고 명시했다.   현재 원고 측 로버트 글라스먼 변호사는 “타깃 측은 사건 이후 칼을 진열장 안에 넣고 잠그는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지가 피습 사건이 발생했던 LA다운타운 ‘피그앳세븐스(FIG at 7th)’의 타깃을 지난 30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칼들은 모두 자물쇠 등이 있는 진열장 안에 배치돼있었다.(사진)   이와 관련, 이미수 변호사는 “타깃 측에서 사건 이후에 칼을 진열장 안에 넣었다고 해서 그것이 과실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배심원 재판이 이뤄지면 범행에 사용된 칼이 칼집에 넣어졌는지 아닌지를 비롯해 진열대 높이, 접근 편의성 등 칼에 대한 세부적 요인을 다루기 때문에 그 부분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측은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명시하지 않은 채 배심원 재판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양측이 재판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번 사건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쟁점들을 판단하게 된다.   김기준 변호사는 “원고 측은 타깃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칼이 초래한 위험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을 배심원단에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경비 요원이 가해자를 즉시 저지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점도 배심원단을 설득해야 할 요소 중 하나”라고 전했다.   원고 측이 타깃은 물론 쇼핑몰 관리 회사 등을 상대로 주장하고 있는 ‘구내 책임(premises liability)’ 부분도 향후 재판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제이미 김 변호사는 “가주에서는 부동산 또는 건물 소유주에게 ‘구내 책임’ 법률에 따라 관리의 책임을 전가할 수는 있다”며 “이번 소송은 관리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반적 관리(ordinary care)’를 어떤 관점,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예비 조사 결과 피해자 송모씨가 피습당한 장소가 첫 번째 피해자(9세 소년)가 칼에 찔린 장소와 완전히 다른 곳이라는 점도 경비 업체의 과실 여부를 다투는 쟁점이다.   당초 언론 등은 송씨가 소년을 보호하려다 피해를 본 것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즉, 첫 번째 피해자와 두 번째 피해자의 사건 장소가 다르다는 점은 범행 시간의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사이 경비원이 가해자를 제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다.   글라스먼 변호사는 “가해자는 소년을 잔인하게 공격한 뒤 고객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데도 매장을 걸어 다녔다”며 “칼을 휘두르며 매장을 돌아다니는데 무장 경비원, 직원 등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송씨가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일단 법리적 해석보다 피해 금액 또는 손해배상액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할지가 관건”이라며 “일단 피해 사실 자체는 명확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을 두고 재판 전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당시 송씨의 긴급 수송을 도왔던 USC 외상 전문 간호사 이모씨는 31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9세 아이를 보호하려다 다쳤다는 말은 송씨에게 직접 들은 건 아니다”라며 “당시 송씨는 사건 정황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나는 단지 사건 현장에서 전해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안전장치 진열 판매 진열대 타깃 매장 김기준 변호사

2023-03-31

생각보다 복잡한 성추행 소송

LA카운티 검찰 소속인 린다 백 검사가 카운티를 상대로 성희롱 및 차별 피해 소송을 제기했다. <본지 5월6일자 A-3면> 그런가하면 USC 한인 교수는 한인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일련의 소송은 한인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 일단 성추행 소송이 한번 제기되면 법적으로 상당히 복잡해진다. 설령 신체 접촉이 없었다 해도 피해자가 어떤 발언 등으로 수치심을 느꼈다면 소송 사유가 된다. 게다가 그에 따른 차별, 괴롭힘, 보복 등의 피해까지 주장한다면 소송은 더욱 복잡해진다. USC 한인 교수에게 소송을 제기한 한인 여학생은 소장에 성적 피해는 물론 ‘인종에 따른 괴롭힘, 차별’까지 주장했다. 혹자는 “같은 한인인데 인종에 따른 차별이 성립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법적으로 보면 가능하다. 원고 측은 해당 교수가 같은 ‘한인’을 선택해 ‘한인 할아버지’처럼 행동하며 괴롭혔기 때문에 이는 인종에 따른 문제라고도 주장했다. 백 검사의 경우 LA검찰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특별 검사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는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보고하고 가족 병가를 다녀온 뒤 갑자기 승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백 검사의 주장이지만 성추행 피해 소송이 직장 내 차별, 보복, 직장의 대처 미흡에 따른 노동법 위반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두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들에게 몇몇 한인 회사가 실제 성추행으로 소송을 당한 사유를 들어봤다. 여기에는 ▶상사가 여직원에게 “술 좀 따라봐”(S회사) ▶일 잘하는 직원이 상사와 친해서 승진했다고 근거 없는 소문 내기(B회사) ▶출장 가서 부하 여성 직원에게 “내 방에서 같이 술 마실래”(H회사) 등이 있었다. 여성만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일 거라는 생각도 오산이다. 남성도 피해자가 된다.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는 고발 건이 접수되면 검사가 직접 조사를 진행한다. EEOC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 내 성추행 피해와 관련, 총 6587건의 고발이 제기됐다. 이중 무려 16.8%(1106건)는 남성이 제기한 고발 건이다. ‘농담으로’ 혹은 ‘단순한 성희롱(sexual harassment)’ 같은 건 없다. 의도성 여부도 법원에선 중요하지 않다. 자칫하면 말 한마디로도 법정에 설 수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21-05-06

가주 성폭행 신고 가능 기간 3년으로 연장

USC 한인 교수가 한인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건이 한인 사회에 '성범죄 소송'에 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시 19세로 학부생이었다. 원고 측은 이번 사건을 일종의 ‘그루밍’에 의한 성범죄로 규정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고 측 변호인은 “그 교수는 성폭력을 위해 (피해 학생을) 길들이기(to groom)를 시작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치 ‘한인 할아버지’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조교로 일하던 피해 학생은 해당 교수로부터 “2017~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주장대로라면 수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 사건이 이제 와서 법적 소송으로 번진 건 지난해부터 새로운 가주법이 발효됐기 때문이다. 가주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소멸 시효를 3년(기존 1년)으로 대폭 연장하는 법(AB9)이 발효됐다. 이 법은 ‘고용 및 주거법(FEHA)’ 위반과 관련, 가주공정고용주택국(DFEH)에 피해 사례를 고발할 수 있는 기한을 연장하자는 게 골자였다. 이는 이번 소송의 원고 측이 소송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현재 가주에서는 직장, 학교 등에서 성폭력, 차별, 괴롭힘 등을 당했을 경우 ▶DFEH에 고발 ▶이후 본인이 원할 경우 DFEH에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right to sue)를 요청, 해당 문제를 법원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다. 원고 측 역시 이 절차를 밟았다. 성폭력 피해가 학교 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해당 교수와 USC측을 상대로 DFEH에 고발 조치 후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DFEH는 지난해 12월 21일 원고 측이 민사 소송 제기 권리를 요청한 것과 관련, 이를 접수했다는 편지를 원고 측에 발송했다. 제기된 혐의의 진위 여부는 향후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이와 별개로 각종 한인 단체, 기관, 기업들 역시 FEHA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DFEH에 따르면 지난 5년 간(2015~2019년) 한인 고발 건은 총 198건이었다. 이 중 105건은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다. 전체 한인 고발 건 중 절반 이상(약 53%)이 법적 소송으로 번진 셈이다. DFEH는 FEHA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기관이다. 한번 조사가 시작되면 해당 업체 또는 기관은 해결까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합의나 벌금 등 금전적 손실은 물론이고 법적 대응에 있어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부차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DFEH는 단순히 고발장만 받고 끝내지 않는다. 고발장이 접수되면 3건 중 1건 꼴로 직접 조사를 하고 있다. DFEH 파히자 알림 공보관은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총 2만2584건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이 중 6636건에 대해 실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며 “고발장이 접수되면 DFEH 조사관들은 해당 기관을 불시에 방문해 인터뷰부터 각종 자료까지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21-04-22

수년간 이어진 교회 소송들 종지부 찍었다

한인 교계 내에서 수년간 논란이 됐던 굵직한 소송들이 최근 잇따라 종결됐다. 소송에 연루된 교회들은 건물을 둘러싼 소유권, 내부 분쟁 등을 두고 항소심까지 벌인 끝에 결국 종지부를 찍게됐다. 우선 교회 신축과 관련, 융자금을 갚지 못해 수년간 은행 측과 소송을 벌인 나성열린문교회(담임목사 박헌성)는 항소까지 했지만 원심 판결을 뒤집지 못했다. 20일 가주항소법원 제2지구는 나성열린문교회가 기독교복음신용조합(ECCU)을 상대로 주장한 부당차압 관련 항소심에서 은행 측이 승소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2012년 7월 신축 건물에서 퇴거당하며 시작된 나성열린문교회 소송은 결국 8년 만에 패소로 끝이 났다. <본지 2012년 9월27일자 A-1면>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교회가 떠안게 된 금전적 부담은 상당하다. 나성열린문교회는 이번 소송으로 인해 이자를 포함, 상대 측 변호사 비용(약 400만 달러)까지 내야 한다. 내분이 법적 싸움으로까지 번졌던 얼바인침례교회 소송 역시 항소심까지 간 끝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 교회는 현재 담임목사가 공석중이다. 소송은 지난해 5월 시작됐다. 당시 교회 내 치리와 행정권 등을 두고 안수집사회(원고)와 선임 부목사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피고)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 원인이었다. <본지 2019년 5월28일자 A-23면> 19일 가주항소법원 제4지구에 따르면 당시 얼바인침례교회 선임부목사였던 데이비드 권씨와 비상대책위원회 교인들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지만 법원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당시 오렌지카운티법원은 원심에서 “교회 이사회 구성원(김진홍·구연성·신수언)들은 적법하게 선출됐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이사회 구성원들은 적법하게 임명되지 않아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며 원고 측(담당 변호인 이원기)에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논란이 됐던 소송들은 일단락됐지만 교계에는 또 한번 오점이 남게 됐다. LA지역 한 교계 인사는 “교계내 소송 소식을 접할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나성열린문교회는 이번 일 외에도 다른 교회와 재산권을 두고 소송중인 것으로 안다.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다 보니 사회에 덕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나성열린문교회는 지난 2018년 10월 나성서부교회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건물의 일부분을 사용하던 중 합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본지 2019년 11월27일자 A-1면> 당시 나성열린문교회는 나성서부교회의 실질적인 건물 소유권과 재산권을 주장하다가 현재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명령을 받고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만 행사하고 있다. --------------------------------------------------------------------------------- ☞나성열린문교회 소송은 지난 2012년 1월 LA한인타운 인근 6가와 보니브레 애비뉴 인근 부지(12만6000 스퀘어피트) 위에 5000만 달러(부지 매입가 포함)를 투입, 교회 신축을 진행하던중 융자금을 체납해 건물을 차압 당했다. 이후 교회측은 “융자를 해준 ECCU가 건물 소유권을 빼앗기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차압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년간 이어진 소송전에도 법원은 교회가 주장했던 부당 차압, 사기, 계약 파기 및 불이행 등의 소송 사유를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얼바인침례교회 소송은 담임목사가 공석중인 상황에서 직무 대행을 하던 선임 부목사를 안수집사회가 해임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반발하던 교인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안수집사회와 갈등을 빚었다. 당초 법원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신청한 임시접근금지명령(TRO)을 승인했었다. 하지만, 이후 법원이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예비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기각하고 TRO 역시 해지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결국, 법원은 재판을 통해 사실 관계를 따진 끝에 안수집사회에 손을 들어줬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20-10-21

"직장 내 막말…협박이나 폭행으로 간주될 수도"

“XX 새끼야”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시애틀총영사관 소속 부영사 A씨가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해당 발언은 한국 외교부 감찰담당관실 자료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런 직장 내 막말과 욕설 이슈는 한인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특히 고용법 변호사들은 “한국 지상사나 한국식 문화가 강한 회사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설령 농담조였다 해도 소송감이라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선 노동법 측면에서 보면 ‘적대적 근무 환경 조성(hostile work environment)’이 적용된다. 때문에 직장내 언어 폭력이 발생하면 상해 보험 클레임은 물론 민사 소송도 제기될 수 있다. 김해원 변호사는 “상관의 욕설과 폭언은 당연하고 비정상적인 발언 등도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중심으로 피해 여부를 판단한다”며 “무엇보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은 업체 고용주가 져야한다. 직장 내에서 감정 제어 등을 못할 경우 위협적인 직장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영사 A씨는 심지어 직원들에게 “인간 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등 비상식적인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입장에서는 일종의 위협이나 협박으로까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형사법 전문 변호사들은 “‘폭행(assault)’을 ‘구타(battery)’와 혼동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준 변호사는 “물리적 또는 신체 접촉이 없었다 해도 ‘너 일 끝나고 보자’ ‘죽여버릴 거야’ 등의 욕설과 협박성 발언 등은 폭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가주 형법(422조)에 비춰보면 그런 발언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민사 소송도 가능하고 협박 등으로 형사 소송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사와 형사 모두 소송이 가능한 것은 욕설, 협박, 막말 등이 법적으로 ‘wobbler(와블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범도 되고 경범도 되는 범죄 유형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 2012년 한국계 지상사 협력업체인 아진USA 간부 장모씨가 미국인 직원에게 “멍청하다(dumb)” “미국인은 느려터졌다” “미국인처럼 일하려면 미국 일자리를 찾아 떠나라”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가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제이미 김 변호사는 “만약 피고가 주재원이나 지사장일 경우, 한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소송이 발생하면 법원 소환에 응해야 한다“며 ”직장 내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소송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A부영사는 세 차례의 언행 비위로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만 받은 상태다. 이와 관련 시애틀 총영사관(총영사 이형종)에 공식 입장을 문의했다. 20일 시애틀 총영사관 홍승인 부총영사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관계에 대해서) 총영사관이 내놓을 입장이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20-10-20

25년 전 '엘몬티 사건'은 지금도 진행중

“조심해야 한다. 매우 위험한 곳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와달라.” 봉제 공장 내부 구조가 상세히 그려진 제보 편지에 적혀있던 문장이다. 당시 가주노동청 티케이 김 감독관은 이 편지를 손에 넣었다. 이는 1995년 ‘현대판 노예’ 범죄로 불리며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엘몬티 봉제 공장 노동자 착취 사건이 드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본지 8월6일자 A-1.2면> 수십 년 전 일이라고 해서 과거 사건으로만 치부하면 안 된다. 당시 태국인 72명을 감금, 폭행하며 수년간 노동력을 착취한 업체(S&K Fashion)의 고용주들은 징역형뿐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450만 달러의 피해 보상까지 해야 했다. 25년 전의 450만 달러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758만 달러(연방노동부 자료 참고)다. 수백만 달러의 피해 보상액은 당시 중국계-타이계 악덕 고용주만 책임을 진 게 아니었다. 착취 업체로부터 물품(의류)을 받아 팔았던 소매 업체들 역시 거액의 벌금은 물론 각종 민사 소송에도 휘말렸다. 당시 엘몬티 사건이 워낙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기에 법원이 징벌성 판결을 내린 것일까. 아니다. 연방 노동법에는 ‘핫 굿(hot good·훔친 물건)’ 규정이 있다. 노동력을 착취해 생산한 물품은 단어 의미 그대로 도둑질한 것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이 규정은 쉽게 말해 하청 업체의 노동법 위반 과실을 원청 업체에도 지우는 일종의 ‘연대 책임’이다. 지난해 12월 LA지역 한인들이 운영하는 의류 제조 업체 G사, 봉제 업체 A사, J사 등이 잇따라 합의 판결을 통해 수십만 달러를 낸 것도 이 규정 때문이었다. <본지 2019년 12월5일 A-1면> 핫굿 단속은 당시 엘몬티 사건으로 인해 연방 차원에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가주에서도 지난 2000년부터 유사 내용의 법 ‘AB633’이 시행중이다. 올해는 엘몬티 사건 25주년이다. 오는 29일부터 LA소셜저스티스박물관에서는 당시 자료 등을 볼 수 있는 특별 전시회까지 열린다. 역사적 고찰과 함께 공교롭게도 더욱 강화된 봉제 노동자 보호 법안(SB1399)까지 가주 의회에 상정,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봉제 업계의 만연한 작업 방식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봉제 업계에서는 ‘피스 레이트(piece-rate)’ 작업 방식을 통해 작업한 의류 1장당 임금을 계산한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노동자가 받는 돈은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친다. 만약 SB1399가 최종 통과되면 봉제 업계는 임금 체계를 시간당 지급으로 바꿔야 한다. 극단의 사례지만 엘몬티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들은 옷 한 벌에 고작 5~7센트만 받고 일했다. ‘노동력 착취 현장(sweatshop)’에는 땀 대신 슬픈 눈물이 흐른다. 25년 전 엘몬티 사건을 과거로만 보면 안 된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20-08-06

[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차마 옮기기도 힘들었다

형법 전문 김기준 변호사(60)의 목소리는 격앙됐다.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24)씨와 관련, 연방 검찰의 기소 내용은 그만큼 충격이었다. 한국 법원이 6일 손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것을 두고 가주에서 활동하는 김 변호사와 아동 성범죄의 심각성을 나눴다. 김 변호사는 “맨 앞장의 기소 혐의만 봐도 굉장히 심각하다”며 “손씨 사건은 ‘인터스테이트(interstate·주와 주 사이)’ 범죄로 규정돼 연방 차원에서 기소 된 것이다. (검찰이) 그만큼 중대한 범죄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당시 기소장(2018년)을 입수해 김 변호사와 함께 혐의를 살펴봤다. 손씨는 아동 포르노와 관련해 모의, 광고, 유통, 자금 세탁 등 총 9개 혐의를 받았다. 기소장에는 낯선 용어가 많았다. ‘PTHC(노골적 아동 음란물의 약칭)' 'Pedo(소아성애자)', '%2yo(2살)' '%4yo(4살)'등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해당 용어들은 손씨가 운영했던 사이트에서 가장 많았던 검색어였다. 이 사이트는 회원 수가 무려 128만 명에 달한다. 혐의 내용은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들만큼 심각하다. 검찰은 명백한 증거를 확보, 각종 혐의를 나열했다. 기소장에 명시된 혐의 중 일부 내용만 봐도 ▶6개월 유아를 상대로 한 성적 가학행위 ▶성인 남성이 10세 가량의 아동을 상대로 성행위 ▶3세 가량의 아동의 나체 사진과 아동에 대한 변태 행위 ▶2~3세로 추정되는 여아에 대한 성적 행위 등 충격적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이 사이트가 보유했던 영상 파일은 무려 17만개다. 손씨는 이런 영상을 통해 배를 불렸다. 기소장에는 “손씨는 2015년 6월~2018년 3월 사이 이 사이트를 통해 최소 7300회에 걸쳐 비트코인(37만 달러 상당)을 지급받았다”며 “미국을 비롯한 영국, 한국 등에서 이 사이트에 접속했다"고 밝혔다. 기소장에는 해당 사이트와 연결된 IP 주소와 수사 기관의 구체적인 추적 내용까지 담겼다. 증거가 확실했던 셈이다. 미국법은 아동 성범죄를 매우 중대하게 다룬다. 중범으로 유죄가 인정되면 성범죄자 목록에 올라 평생 동안 신상이 공개된다. 심지어 연방법에는 아동 성범죄와 관련, 재범일 경우 종신형에도 처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가주의 경우 아동의 나체 사진을 갖고 있다 적발만 돼도 8년형에 처할 수 있다. 실수로 클릭해서 다운로드가 됐다 해도 상세한 법적 소명이 필요할 정도로 엄격히 다룬다”며 “연방의 경우 아동 성범죄는 혐의 1개당 20년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8개월'. 한국 법원이 손씨의 죄를 저울에 단 무게다. 미국 송환마저 불허했다. 피해 아동들은 어쩌나. 그 상처는 무게 따위로 잴 수 없을 만큼 깊다. 법의 존재 이유가 무색하다. 장열 jang.yeol@koreadaily.com

2020-07-09

LA 유명 한식당 "확진자 나왔지만 영업 강행"

LA지역 유명 한식당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확진자 발생에 따른 직원과 업주 간의 갈등, 법적 문제 등이 얽혀 한인 업체에 경종을 울린다. 북창동순두부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LA한인타운 윌셔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업체 측은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지, 즉각 식당 내부에 방역을 위한 소독을 하고 전 직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권고했다. 내부 논란은 다음날(26일) 발생했다. 업체 측이 곧장 정상영업 방침을 밝히면서 직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도 못한 상태로 출근을 해야 했다. 북창동순두부 한 직원은 “검사는커녕 검사 예약도 안 된 상황인데 매니저 지시에 따라 불안한 상태로 출근해야했다”며 “괜히 불이익이 따를까봐 제대로 말도 못하고 직원들은 전전긍긍하며 받아들여야 했다. 현재 윌셔 지점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서버와 주방 등 14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은 법과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된다. 보건국 지침에 따라 방역소독을 한 업체 측과 감염 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출근해야 하는 직원들의 두려움이 상충했다. 우선 고용법 전문 김해원 변호사는 “CDC(연방질병통제센터)는 확진 발생 공간의 방역 소독 후 24시간 대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이를 먼저 실시하고 나서 다른 확진자가 없다는 확신이 있어야 출근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법 브리아나 김 변호사 역시 “(직원은) 코로나19 감염 두려움만으로 출근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브리아나 김 변호사는 “이런 상황 역시 사례별로 달라질 수는 있다”며 “면역 상태가 약한 아동의 부모라든지 감염에 있어 고위험 그룹에 속한 직원이라면 고용주는 이에 따른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 확인 결과 현재(28일) 북창동순두부 윌셔지점은 정상 영업중이다. 상당수 직원들은 아직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모르는 상태로 일을 하고 있다. 이 업체 한 직원은 “물론 회사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만약 직원이 감염되면 거기에 딸린 가족과 이곳을 찾는 고객들의 안전은 어찌 되는 건가”라며 “감염 위험 때문에 내가 일을 못한다고 하면 누군가 그 자리에 대신 가서 일을 해야 하니까 이래저래 난감하다”고 말했다. 본지는 북창동순두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28일 오후 4시 현재 답변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가시화되자 다시 한번 한인업체들의 방역 및 법적인 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칫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피해가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법 변호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주의 유급 휴가 강제 주의 ▶사업체는 직원에게 마스크, 손 소독제 의무 제공 ▶확진자에 대한 개인정보 비공개 ▶확진자 발생시 직원들에게 확진자 발생 공지 ▶코로나19로 출근을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재택근무, 무급휴가 등 편의 제공 등의 지침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2020-06-28

병원 환자 성폭행 사건 전과 조회 막은 법때문

최근 본지가 보도한 한인 관련 소송에 대해 전과자 채용 인터뷰와 '소송 각하 청구'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한인이 운영하는 정신 병원 측이 직원의 여성 환자 강간으로 피해 여성들에게 총 1325만 달러를 배상<본지 11월1일자 A-4면>하게 된 사건은 사실상 범죄 전력이 있는 직원을 채용했던 게 시발점이 됐다. 여성 환자를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강간해온 해당 직원은 이미 지난 2000년 강간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적이 있었다. 만약 병원 측이 직원 채용에 앞서 성범죄 또는 기소 전력을 조사해봤다면 환자 강간 사건은 미리 방지했을 수도 있다. "그럼 채용 인터뷰에서 범죄 전력 물어봐도 되나요?" 기사 보도 후 독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이다. 간단하게 답변하자면 "안 된다. 다만 예외 규정은 있을 수 있다"로 요약된다. 현재 가주에서는 ▶지난해부터 5인 이상 직원을 둔 고용주는 인터뷰시 구직자의 범죄 기록 여부를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의 전과 기록 삭제법(AB1008) ▶올해부터 해당 직책이 특정 범죄로 기소당한 개인이 수행할 수 없는 직책일 경우 구직자에게 기소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직자 범죄기록법(SB1412)이 시행중이다. 고용법 김해원 변호사는 "한 예로 근무중 무기 소지 또는 이를 사용해야 하는 직책도 있다. 이처럼 해당 직책이 법에 따라 반드시 신분조회가 필요할 경우는 예외"라며 "과거 범죄 기록으로 인해 고용을 거부하겠다면 그전에 반드시 범죄 전력이 업무에 영향이 있다는 점을 정확히 평가해 이를 서면으로 통보해 해명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인 업주와 한인 변호사 사이에 장애인 공익 소송의 고의성을 다투는 법적 공방이 벌어졌다.<본지 11월6일자 A-1면> 업주 이모씨는 변호사 김모씨를 상대로 "합의금을 노린 악의적 소송"이라고 주장했고, 김 변호사는 "공익을 위한 목적"이라고 맞섰다. 이때 김 변호사는 민사소송법 '425.16조'를 내세워 법원에 업주 이씨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시켜달라고 청구했다. 김 변호사가 내세운 이 법은 '특별 소송 각하 청구(Special Motion to Strike)'로 일종의 '안티 슬랩(Anti-SLAPP)'법으로도 불린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의사 표현의 자유, 공익을 위한 비판, 청원권 등을 억누르려고 전략적 또는 악의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막기 위한 것이다. 쉽게 말해 상대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역으로 또는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거는 행위를 조기에 봉쇄할 수 있도록 상대 측 소송을 기각시켜달라는 청구인 셈이다. 이 법은 가주에선 1992년 제정됐다. 지난 2016년 글렌데일 소녀상 철거 소송을 제기했던 일본 측에 맞섰던 명분도 바로 '안티 슬랩법' 이었다. 한국에서도 '안티 슬랩법'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한국 법무부는 정부 입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11-07

이혼 분쟁·형사법은 파산해도 면제안된다

파산을 신청하면 계류중인 소송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을까. 지울 수 없는 소송과 채무도 있다. 한인 의류업체 '포에버21'이 파산보호신청(챕터11) 서류를 제출하면서 계류중인 모든 민사 소송이 법적으로 '자동 정지(automatic stay)' 됐지만, 면책에도 예외는 있다. <본지 10월3일자 A-3면> 우선 파산 관련 법률은 연방법에 해당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파산을 해도 채무가 면제되지 않는 소송이나 채무는 ▶이혼 관련 법적 분쟁시 관련 채무 ▶형사법 위반 관련 배상액 ▶음주운전 혹은 마약 복용 운전에 의한 개인 상해 ▶재산 파손·횡령·절도 등 사기나 불법적 행위로 인해 발생한 부채 또는 판결 ▶자녀 양육비 및 위자료 ▶학자금 ▶소득세 ▶파산 신청시 실수로 기재하지 않은 부채 등이다. 파산 신청이 접수되는 순간 계류중인 모든 소송이 자동으로 정지되지만, 그 효력이 영구적인 것도 아니다. 컨수머액션 린다 셰리 공보관은 "파산 신청 후 의무 사항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채권자는 정지 효력을 말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수도 있다"며 "만약 법원에서 파산 신청이 신뢰성이 떨어지고 신청 자체를 악용한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정지 효력은 무효화되고 채권자의 추심 활동이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단순히 파산을 계류중인 소송과 채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특히 파산 신청 및 절차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사 또는 전문가와 자세한 상담과 자문이 필요하다. 실제 최근 소송에서 패소한뒤 거액의 배상금이 부담돼 파산을 신청한 사례도 많다. 뉴욕주 플러싱 지역 금강산 식당의 경우 소유주 유지성씨가 종업원들과의 소송에서 패소, 법원이 명령한 체불 임금(270만 달러)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부동산을 가족에게 허위 양도한 혐의가 인정돼 항소심에서 또다시 패소한 바 있다. <본지 6월7일자 A-6면> 당시 금강산 식당은 법원으로부터 체불 임금 지급 명령을 받고 한 달 뒤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었다. 이밖에도 이탈리안 식당 파마(Pama), 물류업체 프리미엄 트랜스포테이션 서비스 등도 배상금 지급 형편이 안돼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 장열 jang.yeol@koreadaily.com

2019-10-03

소송·기소·판결엔 한미 양국 국경 없다

최근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권이 화두다. 지난 25일(한국시간) 한국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미국 시민권자 한인 A(56)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며, 사건 공소 사실이 외국인의 국외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 법원에 재판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 사건은 양측의 합의로 미국서 소추가 면제된 경우였다. 즉, 사건 당사자 모두가 미국 시민권자이며 이미 합의를 통해 분쟁이 종결된 상태였으나 이와 별개로 한국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한 셈이다. 이유는 '영역'이라는 단어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피해자가 A씨에게 미국 은행 계좌로 돈을 송금한 행위 자체가 한국 영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속지주의가 적용된 셈이다. 즉, 재판부는 피해자 및 피고 모두 미국 시민권자라 해도 행위의 시작이 한국 내에서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권 행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 국적자와 미국 국적자의 이혼 소송도 그렇다. 데이브 노 변호사는 "얼마 전 한국 국적자인 부인이 한국에서 제기한 이혼 소송에 대해 미국 시민권자 남편은 주소도 미국, 결혼 생활도 미국에서 했다는 근거로 한국 법원은 재판권이 없다고 주장한 사례가 있었다"며 "하지만 한국 재판부는 두 사람이 한국서 교제하고 결혼식을 올렸다는 점 등을 들어 한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봤고 부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인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LA한인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이문규 변호사의 이민 사기 사건도 한 예다. 미국 시민권자였던 이 변호사의 혐의를 두고 한국 법원은 피해자들이 한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한국서 재판을 받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판단했었다. 변호 업계에 따르면 한국 또는 미국 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이 양국 간에 인정이 되는지 여부도 문의가 많다. 판결 인정을 위해서는 ▶국제 재판 관할권 인정 ▶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통지서 등을 송달 받은 사실 ▶판결 내용이 해당국의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을 경우 ▶양국 법원 사이의 상호 보증 등의 일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송동호 변호사는 "한국과 미국은 UN협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서로의 판결이 상대 국가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특정한 판결에 대해 미국 또는 한국에서 집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변호사와 상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예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미국 법원의 판결을 갖고 한국에서도 인정해달라고 신청할 경우 거부될 수 있는 것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08-30

로펌들 실적 떨어지자 의뢰인 소송비로 전가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 로펌의 생산성이 계속 저하되고 있다. 변호 업무의 효율성 저하는 곧 법률 서비스 청구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즉, 의뢰인의 재정 부담이 심해진다는 의미다. 6일 데이터 조사 기관 톰슨로이터스가 올해 2분기 법률 시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톰슨로이터스는 매 분기 주요 법률 회사의 각종 실적 및 데이터 등을 취합, 미국 법률 시장의 종합 지표 지수(PMI)를 공개하고 있다. 우선 2분기 법률 시장 PMI는 53 포인트다. PMI가 65 포인트 이상이면 법률 시장이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본다. PMI의 주요 지표를 분석해보면 2분기 로펌 서비스 의뢰는 0.7% 증가했다. 소송 역시 0.3% 늘었다. 서비스 수요가 늘면 인력이 필요하다. 로펌들은 지난해 말부터 채용에 박차를 가해 변호사 수는 전체적으로 1.7% 늘어났다. 일부 증가 수치만 놓고 보면 마치 법률 시장은 활황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로펌의 지출 비용이 급증한 것이 문제다. 2분기 로펌들의 '직접 경비(direct expense)' 지출이 무려 4.8% 늘었다.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간접 비용(overhead expenses)' 역시 3.8% 늘어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비효율의 결과를 낳았다. 2분기 미국 로펌들의 생산성은 1.2% 하락했다. 이는 3분기 연속 하락세다. 한 예로 미국 유명 로펌인 '맥더모트 윌& 애머리(McDermott Will &Emery)의 경우 지난달 한국 사무소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 진출 7년 만이다. 변호 업계에서는 저조한 매출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톰슨로이터스 마이크 아봇 부회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법률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요소인 반면 로펌 운영에 대한 지출 비용이 높아지기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이번 보고서의 결과는 법률 시장이 '두 걸음 전진하려다 오히려 한걸음 후퇴'로 축약된다"고 전했다. 생산성 저하는 곧 법률 서비스 의뢰인에 대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2분기 법률 서비스 청구 비용은 무려 3.8%나 늘었다. 한 예로 지난 1분기의 경우 소송 1건을 마무리 짓는데 10만 달러를 청구했다면, 3개월 만에 청구 비용이 10만3800달러로 오른 셈이다. 최근 법적 분쟁중인 LA지역 한 의류 업체 대표는 "사실 소송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다"며 "마음 같아서는 소송 상대와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데 소송이 길어질수록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이 너무 부담돼서 어쩔 수 없이 합의로 마무리 지을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의뢰인들은 어떤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할까. 2분기 법률 서비스 항목을 추려보면 부동산법(2.1% 증가), 노동법(1.6% 증가), 기업 관련(0.7% 증가) 등의 법률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다. 반면, 특허법(2.5% 하락), 세법(2.3% 하락) 등의 분야는 수요가 줄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08-15

'늑장 영주권' 소송하면 빨라진다

최근 이민 신청자가 정부 기관을 상대로 제기하는 행정 소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 이민 정책으로 인해 영주권, 시민권 심사가 강화되고 승인 보류 사례가 속출<본지 7월11일자 A-1면>하자 '직무집행영장소송(Writ of Mandamus)' 제도가 일종의 구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민법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직무집행영장소송은 영주권 또는 시민권 신청자가 서류 심사, 인터뷰 등의 과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국토안보부, 이민서비스국(USCIS) 등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즉각적인 심사 재개를 요구하는 제도다. 김준서 변호사는 "실제로 영주권 수속에 들어간 지 2~3년이 지나도록 인터뷰 통지조차 받지 못해 이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직무집행영장소송은 (수속 지연에 대해) 문제를 찾지 못하고 답을 얻을 수 없는 신청자가 취하는 조치이자 권리"라고 전했다. 만약 직무집행영장 소장이 접수되면 이민국은 60일 내로 신청자(원고)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반드시 답변을 해야 한다. 데이브 노 변호사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민 서류 심사 등이 평소보다 1~2년씩 지연되자 행정 소송을 고려하는 한인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그만큼 한인들 사이에서도 이민 서류 신청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최근 김도훈(LA)씨는 정부기관 등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직무집행영장소송을 제기해 한 달여 만에 시민권을 취득했다. 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5년 외국인 모병 프로그램(MAVNI)을 통해 미 육군에 입대했다. 김씨는 소장에서 "(군 입대 후) 시민권 신청 수속이 지연되면서 외국인으로 분류돼 비밀 정보 사용 허가를 필요로 하는 특정 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했다"며 "2년 가까이 서류 심사가 지연되면서 계속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빨리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었다. 현재 이민 서류 적체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행정 소송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민서비스국 자료를 보면 영주권 인터뷰 의무화 이후 영주권 수속 중에 있는 한인은 지난해 1분기(4158명), 2분기(4449명), 3분기(5062명) 등 증가하고 있다. 직무집행영장소송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신청자가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했던 부분에 대한 증거 수집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USCIS에 해당 사안에 대한 이메일 및 전화 문의 기록들 ▶지역구 의원에게 보낸 독촉 편지 ▶국토안보부 행정 감찰 기관인 '옴부즈맨 (ombudsman)' 등에 공식적으로 조회를 의뢰한 기록 등을 준비해둬야 한다. 조나단 박 변호사는 "영주권 취득 등이 상당기간 지연됨으로 인해 온 가족이 겪게 되는 어려움과 이민자로서의 불이익도 소장 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소장 내용 작성에 있어 조금이라도 법적인 요소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오류가 발견되면 오히려 법률적인 하자를 이유로 기각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아래 이민서비스국의 수속 지연이 위기 수준에 달했다"며 "지난해 이민 서류 수속 기간은 2014년도 대비 무려 91%가 늘었다"고 비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07-12

'통합 변호사 시험' 가속화

주마다 다른 변호사 시험 제도를 통합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가주의 경우 올해 2월 치러진 가주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이 30여 년 만에 두 번째로 낮은 수준본지 5월20일자 A-1면>을 기록하자 가주변호사협회는 시험제도 개선을 검토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통합 변호사 시험(Uniform Bar Examination.이하 UBE) 제도 도입에 대한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국변호사시험위원회(NCBE)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일리노이주가 UBE 제도를 도입한다. 또, 2021년부터는 텍사스주 역시 UBE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UBE 제도를 채택한 지역은 뉴욕, 워싱턴DC, 매사추세츠, 애리조나, 워싱턴 등 총 36개 주로 늘어났다. 과반수 이상의 주가 UBE를 채택한 셈이다. NCBE가 주관하는 이 제도는 주법보다는 법률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법 원칙을 다루기 때문에 UBE를 시행중인 주끼리는 변호사 자격 취득 절차가 용이하다. 김정균 변호사는 "가주, 버지니아 등은 여전히 UBE를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타주에서 UBE를 응시했더라도 해당 주에서 주관하는 변호사 시험을 새로 응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하지만 (UBE를 시행중인) 워싱턴 DC에서 UBE 시험에 응시한 후 일정 점수를 충족하고 간단한 뉴욕 주법 시험만 치르면 워싱턴 DC와 뉴욕에서 모두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미국 법조계의 전반적인 추세는 UBE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가주변호사협회(SBC)는 자체 시험을 고수하고 있다. 난이도가 높고 합격률이 낮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가주 변호사 시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그동안 계속돼왔다. 실제 가주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은 매해 50% 미만으로 지난 2017년 7월부터 시험 방식이 일부 개선되기도 했다. 종전까지 3일에 걸쳐 200개의 객관식 문제와 6개의 에세이를 써야했지만 이틀만 시험을 보는 타주와 동일하게 변경했는데 이는 시험 일정을 줄여 합격률을 높여보겠다는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합격률이 상승하기는커녕 계속 낮은 수준을 보이자 이제는 타주와 마찬가지로 UBE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은 분분하다. 로욜라 법대에 재학 중인 크리스 서(29)씨는 "단순히 합격선만 높다고 해서 가주의 변호사 시험이 변별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요즘은 소송이 특정 주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주법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기 때문에 변호사 업무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UBE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데이브 노 변호사는 "일단 가주 내에서도 UBE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그보다 먼저 로스쿨 교육 과정에서부터 교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게다가 변호 업계 자체가 포화 상태인데 UBE를 도입하면 더 많은 변호사 배출로 인해 오히려 변호사의 하향 평준화가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UBE의 경우 변호사 직업 윤리 시험(MPRE), 객관식 문제(MBE), 에세이 시험(MEE), 퍼포먼스 시험(MPT)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05-28

저작권 침해 소송 66% 급증

대한항공이 기내 잡지에 실린 내용과 관련해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본지 4월24일자 A-1면> 이번 사례는 저작권(copyright), 특허(patent), 상표권(trademark) 등을 포함하는 지적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에 대한 법적인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국경이 모호하게 느껴질 만큼 글로벌화된 오늘날 시대 속에서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법적 공방은 언제, 어디서라도 갑자기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저작권 관련 소송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연방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94개 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된 저작권 소송은 총 5756건이었다. 이는 전년(3451건)과 비교하면 무려 66%나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전년 비교 항목별 소송 증가율을 놓고 보면 저작권 침해 소송은 토지 수용, 자동차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만큼 저작권과 관련한 법적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작권의 영역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출판물, 음악, 미술, 영상, 사진, 게임 등의 영역은 물론이고 이번 대항항공 관련 소송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경 또는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법적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심지어 요즘 법조계에서는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상의 저작권 피해 사례까지 늘어나자 재판 관할권에 대한 이슈마저 화두가 될 정도다. 즉, 인터넷 공간에서의 침해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소유한 피해자의 거주 지역과 피해 발생 지역이 다른 경우가 많아 소송이 제기되면 어느 지역 법원이 해당 사건을 관할해야 하는지가 논란인 셈이다. 이번 대한항공 관련 소송 역시 항공사 본사는 한국에 있지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동화작가의 유가족이 버지니아주 거주자인 관계로 연방법원 버지니아주 동부 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저작권 전문 장준환 변호사는 “저작권 분쟁은 권리와 침해가 분명했던 과거에 비해 모호한 성격을 띠는 경향이 강하다”며 “디지털 저작물의 경우 국경의 장벽은 사라진 지 오래며 나라마다 다른 저작권 관행이 문제가 되고 국제 협약이 존재하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국가 간 차이도 심하다”고 전했다. 저작권 침해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김지윤 변호사는 “대부분 저작권 관련 민사소송은 재판에 의해 가려지지만 고의 여부 또는 상업적인 규모에 따라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콘텐츠 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각종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이 늘어나면서 보험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인 보험 업계 한 관계자는 “저작권에 대한 부분이 더욱 세분화되고 법적 분쟁이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저작권 관련 보험을 따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만큼 저작권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서 이에 대한 보험의 중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내 것이냐, 아니냐’ ‘침해 했느냐, 안했느냐’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게 바로 오늘날 저작권 분쟁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05-01

'부정 행위 불감증'의 오해와 진실

교육계의 '부정 행위'와 관련한 논란이 이제는 법정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부정 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하려는 학교 측과 혐의를 부인하거나 징계 내용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학생 사이에서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사회를 뒤흔든 대입 비리 사건을 계기로 본지는 2회에 걸쳐 암암리에 자행되는 학생들의 에세이 대리 작성, 시험 족보 거래 등의 실태를 보도했다. <본지 4월17일자 A-1면> 돈을 주고 성적을 사는 현실은 심각했다. 에세이 대리 작성 회사는 그럴싸한 홍보 문구로 성적 부담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달콤하게 유혹했다. 하지만, 부정 행위가 적발될 경우 모든 책임은 해당 학생이 져야 한다. 그로 인한 징계 기록은 학생에게 있어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그렇다 보니 각종 오해와 억측이 생겨나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학생 역시 늘고 있다. 교육 관련법 전문 리처드 아셀타 변호사는 "최근 표절 등 재학중 부정직한 행위로 인해 징계 위기에 놓인 학생이 법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명백한 증거가 있어 징계를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이슈는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애매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법적 절차를 밟는 케이스도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트리니티칼리지를 졸업한 한 학생은 익명(john doe)으로 학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학생은 타학생의 과제물을 베껴서 제출한 혐의로 1학기 정학 처분을 받았었다. 이 학생은 소장에서 "당시 학교 측이 충분한 반론 또는 항소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학 처분을 내렸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으로 공황 장애를 겪었으며 징계 기록 때문에 대학원 진학이나 구직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무려 5년간 법정 소송을 벌인 경우도 있었다. 최근 UC샌디에이고(UCSD) 학생이었던 조나단 도프먼은 학교 측과 벌인 5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부정행위 혐의를 벗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도프먼은 다른 학생의 답안지를 베꼈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았지만 법원 측은 결국 증거 부족을 들어 학생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법정 공방은 비단 대학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지난 1월 뉴저지주 브랜든 클레어 학생은 대입 시험인 ACT 주관 기관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ACT 평가기관은 클레어가 첫 번째 점수(만점 36점 중 21점)에 비해 두 번째(26점), 세 번째(25점) 시험 점수가 갑자기 높아졌다는 이유로 재시험을 요구받았다. 결국, 네 번째 시험에서 23점을 기록하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피해와 시간적 손해를 두고 소송을 제기했다. ACT 기관의 지나친 억측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교육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교육계에는 부정 행위와 관련한 논란이 언제라도 불거질 위험이 존재한다. 그만큼 '부정 행위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럿거스대학 조사(70개 학교·2만4000명 대상)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6명(64%)은 부정 행위 경험이 있다. 또 절반 이상(58%)이 에세이 작성시 타인의 학업물을 표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셉슨윤리협회가 고등학생 4만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3명 중 1명이 인터넷을 통해 숙제를 표절한 적이 있고, 절반 이상(59%)이 "부정 행위에 가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과연 법이 이러한 토양을 갈아엎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04-22

배심원 인종따라 재판결과 '극과 극'

최근 법원에서 인종에 따른 배심원단 구성이 판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심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배심원단 구성 과정에서 배심원 후보자를 인종에 따라 배제 또는 포함하는 것이 인종 차별인지 재판 전략에 따른 합리적 선택인지가 이슈인 셈이다. 이번 논란은 하나의 살인 사건을 두고 20여 년 넘게 파기환송을 거듭하며 여섯 차례나 배심원 재판을 받은 흑인 커티스 플라워스(48)의 사례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20일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구두 변론에서 플라워스의 변호인 셰리 린 존슨은 "검사 측이 배심원 자리에 흑인이 앉지 못하도록 의도적인 전략을 펼침으로써 이는 헌법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플라워스는 지난 1996년 미시시피주 한 가구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후 재판에 회부됐다. 이 과정에서 플라워스에 대한 배심원 재판은 총 6번 진행됐다. 그중 4번은 사형 선고, 2번은 심리무효(mistrial) 결정이 내려졌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이렇게 평결 내용이 갈린 것은 배심원단 선정시 인종 구성의 문제가 불거졌고, 실제 배심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즉 백인 위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플라워스에게 유죄를, 흑인이 많이 포함된 배심원단은 심리무효 평결을 내렸던 셈이다. 이를 위해 변호인 측은 이번 소송을 담당했던 덕 에반스 검사의 배심원예비심문(voir dire)에서의 질문을 분석한 결과 흑인 배심원 후보자에게는 총 1만5015개의 질문을, 백인에게는 4537개의 질문을 던졌다. 흑인이 백인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더 많은 질문을 받은 셈이다. 쉽게 말해 에반스 검사가 피고인 플라워스에게 인종적으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흑인 배심원을 어떻게든 배제시키려는 전략을 펼쳤으며 배심원을 인종에 따라 차별한 행위였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런 식의 배심원 선정은 법조계에서도 관점의 차이는 크다. 데이브 노 변호사는 "한 예로 피고가 한인인 재판이 열렸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그때 배심원 후보자가 공교롭게도 한인이라면 검찰 측은 '같은 민족'이라는 유대감 때문에 한인 피고에게 유리한 평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며 "그래서 그런 위험 요소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인종을 거론하지 않아도 계속 배제 이유를 끌어내기 위해 이리저리 질문을 꼬아서 던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가주 법원에서는 배심원 선정시 이러한 문제가 없을까. 김기준 형법 변호사는 "사실 검사나 변호사나 서로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입맛에 맞는 배심원을 선정하려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가주 법원에서는 특정 이유가 없어도 배심원을 제외할 수 있는데 대신 그 기회는 10회, 종신형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재판은 25회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플라워스의 재판건은 지난 1986년 특정 인종을 제외할 의도로 이루어진 배심원 기피는 위헌이라는 ‘밧슨 대 켄터키(Batson v. Kentucky)’ 판결 내용을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당시 법원은 검사가 흑인 배심원 후보자를 모두 배제한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밧슨 대 켄터키 판결에서는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고도 본인에게 불리한 평결을 내릴 만한 배심원 후보를 지명(무이유부기피)해 배심원단에서 제외시키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제시됐었다. 인종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는 배심원 재판은 과연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제도일까. 플라워스가 배심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어떤 평결을 받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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